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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자료

[제51호 성명 2026. 9. 23.] 대통령은 헌법에 없는 재제청 요구를 거두고 대법관 임명 절차를 즉시 진행하라

관리자 2026-09-23 조회수 27

성 명 서

 

대통령은 헌법에 없는 재제청 요구를 거두고

대법관 임명 절차를 즉시 진행하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열흘 뒤인 8월 28일“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를 들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채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하였다. 대법원장은 9월22일 재제청 요청 문서에 그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며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튿날에는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주장은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거듭 내놓았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대통령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하였고, 여당 지도부는 대법원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는 가운데 탄핵론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8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법관 임명 제청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전속적 권한이며 제청이 대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지는 그 효력과 정당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제청의‘방식’을 문제 삼던 논란은 이제 헌법에도 법률에도 존재하지 않는‘재제청’이라는 절차의 요구로 번졌고, 그 사이 대법관의 자리는 비어 있다.


    헌법 제104조 제2항과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은“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은 대법관 임명이라는 하나의 절차를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으로 나누어 세 헌법기관에 맡겼다. 세 권한은 순서에 따라 이어지되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종속되지 않는다. 사법부의 구성에 입법부와 행정부가 참여하도록 하면서도, 누구를 대법관 후보로 세울 것인지에 관한 첫 판단만큼은 사법부의 수장에게 맡겨 사법의 독립을 지키려는 것이 헌법의 설계이다.


     그 어디에도 대법원장이 제청에 앞서 대통령과 협의하거나 합의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대통령이 제청을 되돌려 보내고 다른 후보의 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 또한 없다. 헌법이 정하지 않은‘사전 협의’를 제청의 요건으로 삼고, 그 협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대통령의 사전 승인 아래 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헌법이 권한을 나누어 둔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더욱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채 재제청만을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뿐 아니라 국회의 동의권까지 가로막는 결과를 낳는다. 제청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의문이 있다면, 그 의문은 국회의 동의 절차를 통해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헌법은 바로 그러한 검증의 장으로 국회의 동의권을 마련해 두었다.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청 단계에서 후보를 되돌리려는 것은 헌법이 예정한 견제와 균형의 통로를 스스로 닫는 일이다.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의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를 문서로 밝혀 달라고 요구한 것 역시 정당하다. 헌법 제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를 문서로써 하도록 정하고 있다. 헌법기관 사이의 권한 행사는 그 근거와 사유가 공적 문서에 명확히 드러나야 효력을 둘러싼 다툼이 없고, 국민도 그 당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근거의 명시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 규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우리는 헌법기관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두고 탄핵까지 거론되는 현실을 깊이 우려한다. 헌법 제65조가 정한 탄핵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엄중한 헌법적 책임추궁 수단이다.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그 문언대로 행사한 것을 탄핵의 사유로 삼으려는 시도는 탄핵 제도의 본뜻을 훼손할 뿐 아니라, 사법부를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재제청 요구를 철회하고, 이미 이루어진 제청에 따라 임명동의안을 지체 없이 국회에 제출하라.

하나, 정치권은 헌법기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탄핵 거론 등으로 압박하는 일을 중단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하라.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헌법이 요구하는 것은 어느 한 기관의 우위가 아니라 각 기관이 제 권한을 제 자리에서 행사하는 것이다. 제청권은 제청권대로, 동의권은 동의권대로, 임명권은 임명권대로 존중될 때 비로소 대법관 임명은 헌법적 정당성을 얻는다. 사법부의 독립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기관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다. 우리는 대통령과 정치권이 헌법이 정한 길로 돌아오기를 엄중히 촉구한다.

 

2026. 9. 23.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 김 현